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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취향과 판단입니다.
너무나 시대착오적인,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할 수 없는 이 시점에 새롭게 잡지를 만드는 것은 명백하게 시대착오적인 일입니다. 2010년대에 이미 무수한 잡지가 독자 수의 급감이라는 위기로 인해 잠정 휴간 혹은 폐간의 길을 걸었습니다. 누구나 이름만 들으면 알 정도로 대중적 인지도와 시장 점유율이 높았던 잡지들 역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형식 및 내용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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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상식과 상식의 건강
새로운 증상, 건강음식집착증(Orthorexia Nervosa) 건강에 관한 상식을 틀린 것으로 만드는 한 가지 증상이 최근 정신병리학계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건강음식집착증이라 불리는 이 증상은 건강에 좋은 음식 혹은 식습관에 병적으로 집착하게 되면서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새로운 유형의 섭식 장애다. 건강이라는 개념이 다양한 분야에서 서로 다르게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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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 이름은
이쯤 되면 문장이다. 이국의 문법으로 빚어진 언어가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 테지만 커피의 이름이 이렇게나 길고 복잡해진 최근의 동향은 그 정도가 심하다. 따지고 보면 커피의 이름은 항상 낯선 것이었다. 프림 하나, 설탕 둘의 인스턴트커피에 익숙했던 때 헤이즐넛, 블루 마운틴, 조금 더 귀동냥이 있다면 모카 자바같은 커피의 이름이란 항상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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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의 특수성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비록 동시간적 대면이 아닐지라도, 비실시간적 동기화로서의 이 접촉이 반갑습니다. 『취향과 판단』에서 연재하게 된 신정환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대중문화를 중심으로 다양한 음악과 소리의 문제들을 다룰 것입니다. 관심사가 넓은 편이라 제한된 지면에서 최대한의 효과를 내기 위해 다양한 문화예술 텍스트들의 “디제시스”를 다루는 방식을 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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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남 시국’에 대응하기 위한 페미니즘 플랜 B ①
‘이대남’, 그들은 능력주의에 기반을 두고, 기회의 평등을 지향하며, 신자유주의에 동의한다고들 한다. 이대남의 중심에 놓인 안티 페미니즘 정서는 공정성을 추구한 결과로 설명된다. 페미니즘은 ‘결과의 평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그들이 지향하는 공정의 가치를 위배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은 안티 페미니즘 정서와 이대남을 이전부터 독립적으로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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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 속 무한이다. 아름다워.”
‘수학’과 ‘천재’ 혹은 ‘괴짜’의 조합은 <굿 윌 헌팅>(1997), <뷰티풀 마인드>(2001), <프루프>(2005), <박사가 사랑한 수식>(2005), <무한대를 본 남자>(2015) 등 영화에서는 이미 익숙하다. 드라마 <멜랑꼴리아>(김상협 연출, 김지운 극본, 2021.11.10.~2021.12.30. tvN 방영)의 백승유(이도현 분)와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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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현실 정치는 잘 모르는데
정치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하고 있다고 친구에게 이야기하면, 전공에 관해 잘 아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십중팔구 다음과 같은 질문이 돌아온다. “정치외교학과 졸업하면, 정치하나?” 앞으로 정치를 어느 정당에서 시작하고 싶은지, 보수인지 진보인지 모두 묻는다. 정확히 대답하자면, 나는 잘 모르겠다. 나의 석사 학위 논문의 제목이 『권위주의 국가의 선거 제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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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화된 맛과 황교익이라는 제동 장치
맛 칼럼니스트와 쓴소리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을 둘러싼 논쟁이 한소끔 끓었다가 식었다. 음식과 음식 문화에 관한 맥락적 해설로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아 왔던 유일무이한 맛 칼럼니스트. 그 이름은 특정한 직업이라기보다는 황교익의 고유명사에 가깝다. 누군가가 대체할 수 없는, 현실의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그의 감수성과 지향점이 깊이 배어든 고유한 역할인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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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계란으로 바위 치기
현재 나는 고려대학교의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장으로서의 세 번째 임기를 채우고 있다. 첫 임기는 석사 과정 재학 중이던 2018년에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인해 제31대 총학생회장의 권한 대행을 맡게 되며 보낸 8개월이었고, 직후의 제32대 총학생회장 선거에 출마, 당선되어 1년을 일한 것이 두 번째 임기였다. 1년 8개월이라는 역대 선배 회장들보다 긴 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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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의 목소리
한 만화가 흥할지 망할지의 여부는 캐릭터에 의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기공룡 둘리』 시리즈나 『도라에몽』과 같은 작품들은 그 서사나 설정이 복잡하지 않지만 캐릭터의 매력 덕분에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효과적인 캐릭터 메이킹 없이는 명작, 아니 수작 반열에도 절대 오를 수 없습니다. 만화 캐릭터는 작가가 창조한 가상의 존재이며 디제시스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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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의 배신
커피는 암묵적으로, 그러나 끈끈하게 지적 재화와 결탁해있다. ‘교육’은 커피 시장의 훌륭한 파생 상품이다. 떡볶이의 철학이 없고 곱창전골의 심오함이 없겠냐마는 내가 떡볶이가 좋아 어딘가로 떡볶이를 배우러 다니는 것과 커피를 배우는 것 사이의 간극을 우리는 익히 짐작하고 있다. 커피를 배운다는 것. 그 독특한 위상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배우는 것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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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남 시국’에 대응하기 위한 페미니즘 플랜 B ②
이 글은 페미니즘을 안티 페미니즘과의 관계에서 재조명하며, 페미니즘의 문제의식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안티 페미니즘이 구체화되는 과정을 짚어보고자 한다. 그 과정이란 ① 페미니즘을 향한 반발의 주체가 청년 남성일 수 있었던 상황과 ② 반발에 논리를 갖추는 경로, ③ 논리를 가진 반발이 정체성 정치로 구체화 되는 지점으로 나눠볼 수 있을 것이다.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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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 권하는 시대와 자기 성찰
셀러브리티-인플루언서, 자존감도 상품이 되다 셀러브리티-인플루언서는 2022년 현재를 대표하는 형상입니다. 대중 매체를 통해 구성, 확장된 추상적 이미지가 구체적인 인격을 압도하는 셀러브리티의 특성은 ‘유명한 것으로 유명’하다는, 명성의 독특한 형식을 구성합니다. 그리고 그의 인플루언서로서의 영향력은 대개 유명한 것으로 유명한 자기 자신을 쇼윈도로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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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음식, 죽은 음식
음식 : 생명의 원천 혹은 흔적 음식을 둘러싼 여러 개념 중에서 ‘생명’은 가장 매혹적인 장면을 제공한다. 생명은 살아 움직이는 생물과 깨끗한 자연의 이미지를 음식이라는 스크린에 홀로그램처럼 영사하여 추상적인 숭고함과 죄의식을 불러일으킨다. 생명의 투영체는 두 가지 모습으로 나타난다. 하나는 생명체의 존속을 위한 동력원, 즉 에너지원 자체이다. 여기서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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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만 조심하면 됩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거요.”
<멜랑꼴리아>(김상협 연출, 김지운 극본, 2021.11.10.~2021.12.30. tvN 방영)는 세 인물의 ‘멜랑꼴리’를 보여준다. 10세에 MIT에 입학을 하며 세간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백승유(이도현 분)는 낯선 땅에서 그에게 하나뿐인 친구가 되어주었던 형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후 깊은 우울에 빠진다. 백승유는 형의 죽음의 원인이 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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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남 시국’에 대응하기 위한 페미니즘 플랜B ③
“여태껏 우리가, 페미에게 왜 졌을 것 같아요?” 2021년 4월, 신남성연대 대표 배인규는 페미니즘 규탄 시위에서 시위에 모인 사람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청중 중 한 명이 “우리에게 논리가 없어서?”라고 하자, 그는 반대로 “한국 남성들이 쓸데없이 너무 논리적”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한국 남성들이 페미들에게 늘 밀렸던 건 쓸데없이 너무 논리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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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은 봄, 채우기 위해 비우는 달
새해가 밝아오는 시점에는 별 감흥이 없었습니다. 인간이 임의로 고안한 역법에 따라 표기된 달력의 숫자가 2021에서 2022로 바뀌긴 했으나 이렇다 할 실질적인 변화를 느끼지는 못했기 때문입니다. 2022년 1월 1일은 그저 2021년 12월 31일의 다음날일 따름이고 2022년 1월 1일 00시와 2021년 12월 31일 23시 59분 59초 사이에 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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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짜 1부-지리산 작두』, 맹세의 서사로 읽어보기
만화 『타짜』(허영만 그림, 김세영 글) 시리즈는 도박판을 둘러싼 서사를 다룹니다. 총 4부 중 첫 이야기인 『타짜 1부-지리산 작두』는 화투게임의 일종인 섰다에 손을 대게 된 주인공 김곤(고니)의 일대기입니다. 고니는 도박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호구’였습니다. 우연히 들어간 한 섰다 판에서 사기도박에 당해 누나의 전 재산에 달하는 돈을 탕진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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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최선과 차악 사이에서의 고민, 그리고 대안은?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3월 9일로 결과를 드러냈다. <국민의힘>의 윤석열 후보가 0.7%차로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에게 승리했다. 그에 비해 군소 정당의 후보들은 2% 이하의 저조한 득표를 받았다. 소수점을 없애면 윤석열 후보는 48%, 이재명 후보는 47%인데, 단순 합산을 하면 95%의 지지를 거대 양당에서 가져갔다는 것이다. 한국의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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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에스프레소에 물을 섞을까?
다음 이야기는 픽션이며 등장인물, 단체, 지명, 사건은 현실과 무관함을 우선 밝힌다. 가까운 미래, 세계의 많은 국가들이 하나둘씩 팬데믹의 종식을 선언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인류는 이 전염병을 더 이상 낯설고 위험한 것으로 여기지 않게 되었다. 몇몇의 계절성 질환처럼 코로나-19 역시 기술과 과학, 그리고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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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미디아 대소동
여느 때처럼 사무실에서 일하던 도중, 산부인과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정기적으로 자궁 건강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주 중 가벼운 마음으로 받은 검사의 결과였다. “본원에서 시행한 STD 성 매개 감염 질환 검사 결과 Chlamydia trachomatis, Gardnerella vaginalis, Ureaplasma parvum 양성입니다. 내원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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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U 인피니티 사가와 <Back in Black>의 상징성 I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MCU)는 마블 스튜디오가 자사의 슈퍼 히어로 캐릭터들과 세계관을 활용해 창조한 영화 프랜차이즈입니다. 특정한 영화 한 편 혹은 작은 시리즈를 넘어선 방대한 양의 영상 콘텐츠들이 연합하여 거대한 ‘디제시스 네트워크’를 구성합니다. 마블은 서사의 흐름새와 발표 시기에 따라 MCU 영화들을 페이즈로 구분합니다. 현재 MCU의 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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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사회, 해답은?
4월은 슬픈 달이다. 끔찍한 사고로 많은 사람을 저세상으로 보냈으며 그렇게 떠나보낸 이들을 기억하는 달이다. 또한 많은 사람을 희생하는 재해를 방지하자고 모두 마음을 다잡는 달이다. 대한민국에서 사고 없이 모두가 행복할 수 있기를, 안전하게 살 수 있기를 바라는 시민의 목소리는 여덟 번째 기일을 맞이하였다. 그러나 슬픈 일을 모든 동료 시민이 똑같은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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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의 히스테리와 욕망의 충족 불가능성
소비자의 이름들 : 호명되거나, 아니면 벗어나거나 소비자를 일컫는 이름들, 예컨대 “프로슈머(producer+consumer)”나 “모디슈머(modify+consumer)”처럼 소비의 형식을 나타내거나, “X세대”, “MZ세대”, “코로나 세대”처럼 특정 세대를 호명하는 과정에 소비의 경향을 덧붙이거나, “합리적 소비자”, “윤리적 소비자”, “행동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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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수 있는 맛. 말할 수 없는 기쁨.
만화 <신의 물방울>이 대중 독자들에게 전한 것은 천재적인 재능과 고도의 전문성 간의 격돌이 빚어내는 흥미진진한 와인 이야기만이 아니었다. 이 작품의 백미라면 주인공을 위시한 여러 등장인물들이 수려하게 늘어놓는 와인에 대한 미사여구, 맛과 그에 대한 감흥을 구술하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미려한 작화와 긴장감 있는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나도 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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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골칫거리였던 골목이 핫플레이스로 전생한 건에 대하여
운치 있는 담장과 삐뚤빼뚤한 계단, 주택과 공장, 그리고 상점가로 빽빽하게 둘러싸인 도시의 골목. 실핏줄이라는 이명처럼 동네 안쪽으로 이리저리 이어져 있는,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없는 폭 10m 이내의 통로. 골목은 동네 안팎으로 이동하기 위한 물리적 공간이면서 타인과 만나기 위한 사회적 공간으로, 그리고 골목과 동네 특유의 분위기를 느끼도록 하는 정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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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꼭, '단톡방' free life
카카오톡은 1:1과 1:多 대화는 물론 이미지, 동영상, 문서 등의 전송 그리고 대화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한 투표 및 일정 관리 기능 모두를 제한 없이, 무료로 제공하는 모바일 메신저입니다. 이러한 경제성과 편의성에 힘입어 카카오톡은 출시 이후 빠르게 기존의 유료 문자 메시지를 완벽히 대체하는 ‘국민 메신저’로 자리 잡았습니다. 95% 이상의 스마트폰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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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정치 참여의 현실과 전망
정치 참여에는 단순히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일부터 특정한 정치적 의제에 대해 여러 방향으로, 어떤 방법으로든, 보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일까지가 두루 포함될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어떤 청년들은 “정치 참여”를 고려할 때, ‘어떻게 정당에 진입하여 선출직 공무원에 당선될 것인가?’에 주로 골몰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요즘 이른바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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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제 오류가 생긴 거야.”
이 글에서는 내가 드라마 <멜랑꼴리아>(김상협 연출, 김지운 극본, 2021.11.10.~2021.12.30. tvN 방영)에 대한 이야기를 3회에 걸쳐 하게 된 이유에 대해 말해 보려 한다. <멜랑꼴리아>는 자신을 ‘수학자’라 지칭하는 인물들의 투쟁과 우울을 다루면서 수학이란 무엇인가를 이야기한다. 내가 주목한 것은 거기서 발견되는 (수)학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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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이 소유물로 이해될 때
“프랑스의 어머니이자 애국자이기도 한 여성” “여성들은 불의를 더 잘 인지할 수 있다” 2017년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 나선 극우 정당 후보 마린 르 펜(Marine Le Pen)의 선거 홍보물에 담긴 내용이다. 여성 잡지처럼 펼쳐진 네 쪽짜리 홍보물에는 평소에 입던 정장 바지 대신 치마를 두른 르 펜이 자녀를 품에 안은 자상한 어머니의 모습으로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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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U 인피니티 사가와 <Back in Black>의 상징성 II
인피니티 사가라는 거대 서사에서 가장 중요한 히어로는 분명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입니다. 토니는 디제시스 안에서는 숭고한 자기희생을 통해 세계를 구했을 뿐 아니라 디제시스 밖 현실 세계에서는 MCU 프랜차이즈의 기틀을 마련한 일등공신이었습니다. 토니는 자신이 무사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인피니티 스톤을 사용했습니다. 진정한 사랑의 실천으로 타노스에 의해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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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의 생태학
커피 같은 음료와 주전부리를 파는 곳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카페는 그 형태만큼 다양한 기호와 상징으로 점철되어 있는 “제3의 장소”로 기능한다. 미국의 도시사회학자인 레이 올든버그(Ray Oldenburg)의 1989년 동명의 저작 『제3의 장소(The great good place)』에서 처음 소개된 이 개념은 ‘가정’과 ‘직장’이라는 두 가지 “공식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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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지 않는 빵과 마르는 사람들
최근의 제빵 산업은 ‘갓 구운 빵’을 향한 열정으로 가득 차 있다. 오븐에서부터 풍겨 나가는 응축된 빵 냄새가 가게 주변의 발걸음을 끌어당기는 것처럼 ‘갓 구운 빵’이라는 기호는 소비자와 베이커리 업계 사이에 거부할 수 없는 매혹으로 자리를 잡았다. 빵의 품질을 이루는 특성들, 이를테면 고소한 풍미와 따뜻한 감촉, 풍성하게 부푼 외관과 촉촉하고 부드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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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좋아하세요?
5월 12일부터 14일까지, 2박 3일 동안 제주도에 머물렀습니다. 출장이야 늘 다녔지만 ‘업무와 무관한 여행’은 실로 오랜만이었습니다. 대충 햇수로 4년 만인가……. 그렇지만 벼르던 일은 아니었습니다. 사실 제가 여행을 즐기는 편은 아니어요. “꼭 귀찮고 힘들게 먼 데까지 가서 다니며 뭘 보고 먹고 해야만 하는 걸까? 그러한 절차를 통해야만 비로소 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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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신념이 사실을 대체하는 사회
2022년 6월 1일 지방 선거가 끝났지만 여성과 남성 사이의 골이 깊다. 이는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586 용퇴론’이 대두되면서 확산하고 있다. 기성의 정치인에 대한 반발로 등장한 박 전 위원장을 두고 “어리고 여성이어서” 잘못되었다는 식의 비판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20대 남성을 대표한다는 국민의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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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적 로빈 후드, 로빈 후드, 후드
<넷플릭스>, 어떻게 활용하고 계신지요? 저는 옛날 영화들을 다시 보는 용도로 씁니다. 이때 ‘옛날 영화’란 1990년대의 할리우드 상업 영화를 의미합니다. ‘볼 만한 영화’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한국 영화가 아닌 외화, 그러니까 할리우드 영화를 떠올리던 때. 집집마다 비디오 플레이어가 있고 가족의 여가 활동에 이를 적극 활용하던 때. 그리고 그러한 문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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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의 주체가 되었던 페미니즘
2020년, 혐오의 주체가 되었던 페미니즘 새해가 밝았던 2020년 1월, 한 트랜스젠더 여성이 숙명여대 법과대학에 합격했다. 한국 최초의 오픈리[1] 트랜스젠더 박한희 변호사를 롤모델로 삼았다던 그는[2] 성소수자 인권을 대변하는 변호사가 되겠다는 포부와 함께 법과대학에 지원했다. 하지만 합격의 기쁨도 잠시, 그는 수많은 질타와 비난 속에서 입학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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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코딩·연주·청취
196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That Thing You Do!>(1996)는 대중음악을 주요 소재로 하는 톰 행크스의 첫 연출작입니다. 톰 행크스는 영화 속 가상의 음반사인 ‘플레이톤’ 소속의 제작자 화이트역으로 직접 출연합니다. 비록 흥행에 크게 성공하진 못했으나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적절한 배치와 활용이 돋보입니다. 영화는 지역 밴드였던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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갬성 쩌는 갬성의 갬성 카페
지난 4월 초, 코미디 유튜브 채널 킥서비스에 올라온 한 영상이 이른바 구글 알고리즘의 ‘간택’을 받은 일이 있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6월 중순 현재 구독자 수가 갓 7만에 도달한 중형 채널임을 감안하면 어느덧 90만 회를 넘어선 조회 수는 그야말로 ‘떡상’이라고 말하지 아니할 수 없다. <여기가 인스타 핫플이래>라는 제목에 2분 남짓 되는 짧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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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식품과 가상현실
‘띠링!’ “???” 어느 날부터 눈 앞에 상태창이 보이기 시작했다. ‘축하합니다!’‘비타민B2 일일 권장량 1200㎍를 달성하셨습니다.’’체력이 2 올랐습니다.’‘힘이 1 올랐습니다.’‘민첩이 1 올랐습니다.’‘구순염, 구각염이 해제됩니다.’‘신진대사가 일시적으로 활발해집니다.’ 건강식품을 소재로 퓨전 판타지 소설을 써 본다면 이런 설정이 가능하지 않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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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우정, 거짓말, 법
<그린마더스클럽>(라하나 연출, 신이원 극본, 2022.04.06.~2022.05.26. JTBC 방영)은 자녀의 영재학교 입학을 위해 고투하는 초등 커뮤니티 ‘엄마들’을 통해, 입시경쟁 체제와 가부장제하에서 여자들의 관계가 형성되는 모습을 재현한다. 엄마들은 서로를 자녀의 이름으로 부른다. 김유빈, 김영빈 남매를 둔 변춘희(추자현 분)는 ‘유빈 언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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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거르는 꿀팁
* 아래의 이야기는 픽션이며 실제의 인물, 사건과 약간은 관계가 있을 수도 있다. [프롤로그] “어서 오세요. 주문하시겠어요?” 자연스럽게 곱슬거리는 갈색 머리카락, 또렷한 이목구비, 갸름하고 각진 턱. 아담한 카페의 문을 밀고 들어서면 인사를 건네는 이 외국인 청년에게는 다소 어눌한 한국어 발음마저 장점이 되어버린다. 서울 모처에 잘생긴 외국 청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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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성폭력 가해자가 나를 공론화했다.
“남성과함께하는페미니즘 운영위원의 성폭력을 공론화합니다.” 지난 2020년 10월, 페이스북에 남성과함께하는페미니즘(이하 남함페)의 성폭력 사건을 고발한다는 글이 게시됐다. 자신을 ○○이라 소개한 작성자는 남함페가 일전의 성폭력 사건을 제대로 된 절차 없이 무마시켰고, 이후에 발생한 운영위원에 의한 성폭력 사건까지 은폐했다고 주장했다. 규모는 작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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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관한 부모와 자식 사이의 대화, 그리고 투표율
명절마다 고향에 내려가면 십중팔구는 나이든 부모님과 정치 이야기를 시작한다. 믿어서 이 사람을 뽑았는데 지금 보이는 결과가 형편없다느니, 정치인들은 모두 똑같다느니 일장 연설이 이어진다. 이윽고 함께 술을 마시고 있는 여러분에게도 질문이 이어질 것이다. 당신은 누구에게 투표했냐는 질문을 듣고 마음이 복잡해질 것이다. 만약 당신이 평상시에 거대 정당을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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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체험해야 한다, 혹은 체험하면 안다는 믿음
“슬아씨! 페이스북에서 본 것 같은데, 물고기 키우고 계시죠?” 서로 연락처만 교환했을 뿐 이렇다 할 교류가 없던 지인으로부터 걸려 온 전화를 받자마자, 그가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아, 네. 키우죠. 왜, 집에 어항 하나 놓으시게요? 견적 좀 봐 드릴까요?” “아뇨. 그런 건 아닌데요. 딸이 어린이집에서 자연 체험 학습으로 물고기 몇 마리를 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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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뒤집어 읽기
지속 가능성으로 향하는 실천적 지침들은 우리가 마땅히 따르고 지켜야 할 사회 준칙으로 여겨진다. 그것은 ‘자본주의적’ 생산 방식과 생활 양식을 청산하고 공존ㆍ공영을 달성하자는 기치Slogan로서 인류라는 범주 내부에 뿌리를 내린다. 인류를 보전하고 지속하기 위한 대안, 이른바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새로운 성장 전략은 환경과 생태, 자원의 순환부터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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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전쟁
💖💖💖사진 리뷰&찜 하기 이벤트💖💖💖 1. 비엔나 5개2. 메추리알 5개3. 납작당면 2줄4. 치즈스틱 2개5. 야끼만두 2개 🙏다 드신 후 별점 5점과 사진 리뷰를 올려주세요🥰🙏요청사항에 <리뷰 이벤트 참여 + 품목>을 꼭 적어주세요!!! 음식을 주문할 때 ‘서비스’를 요구하는 행위는 배달 어플에서 하나의 이벤트처럼 자리를 잡았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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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서 온 그대, 안티 페미니스트 ②
처음으로 참여한 오프라인 활동은 성재기 추모 집회였다 ‘성재기 추모 집회’란 구 남성연대의 대표 고(故) 성재기의 기일에 그를 추모하고 이념을 기리기 위한 집회다. 고 성재기는 1999년부터 2013년까지 활동한 ‘남성 인권 운동가’로, 페미니즘은 남성의 인권을 부차적인 요소로 다룰 뿐만 아니라 남성들에게 해악을 끼친다고 주장했다. 특히 남성은 가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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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사회에서 발생하는 이중적인 주인-대리인 문제
2022년 8월 15일의 KBS 보도에 따르면 [1] 윤석열 대통령이 업무를 잘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응답이 28%인 것으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지지율이 8월 초반부터 2주 동안 20%대에 머무르고 있다. 대통령은 한때 지지율 하락에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일에 꿋꿋이 매진하겠다고 밝힌 바가 있는데 여론조사는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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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젖어 버리는 1회용 노동
“ … 머리 젖습니다~♪ 옷도 젖습니다~♪ 신발 젖습니다~♪ 양말까지 젖습니다~♪ 옷, 머리, 신발, 양말 다다 젖습니다~♬ … 여기는 아마존입니다. … 머리부터 머리, 머리부터 옷, 머리부터 신발, 머리부터 양말, 옷, 머리, 신발, 양말, 신발, 양말, 머리 싹 다 젖습니다~♪ … 젖습니다. 안 젖을 수 없는 여기는 아마 아마 존~♪ … “ 얼마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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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서 온 그대, 안티 페미니스트 ①
2020년 8월 29일. 850일 동안의 참여 관찰을 마무리하던 날.나는 몸담고 있던 안티 페미니즘 단체들의 채팅방을 나왔다. 그래도 그간 감사했다고 인사는 해야겠지? 아니야, 여기에는 나를 모르는 사람들도 있는 걸. 수차례 대화창에서 메시지를 쓰고 지우다 작별 인사는 나와 밀접한 관계를 맺은 사람들에게만 따로 하기로 했다. 우왕좌왕했던 나날에 비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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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하는 법
선의의 경쟁을 통해 기량을 겨루는 이른바 ‘대회’의 수상 실적은 분야를 막론하고 현업 종사자들에게 중요한 이력 사항이다. 커피 업계 또한 예외일 수 없다. 유수의 기관 단체에서 주관하는 다양한 형식의 커피 경연 대회는 바리스타를 비롯한 업계 종사자에게는 그간의 노력에 대한 보상의 기회이자 애호가나 일반 대중에게 있어서는 문화의 교류와 화합의 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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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에서 허락하는 유일한 마약이니까
“이것만이 나라에서 허락하는 유일한 마약이니까. 이게 바로 지금의 나다.” 싸이월드 시절에 탄생해 아직까지 종종 회자되는 ‘밈’을 인용하며 시작했습니다만, 음악 이야기가 아닙니다. 마약 이야기도 아닙니다. 이것은 쇼핑,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소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위의 밈은 소비의 여러 측면을 압축적으로 보여 줍니다. “나라에서 허락하는”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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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께 필진 및 연재 관련 변동 사항을 안내 드립니다
<취향과 판단> 독자 여러분께 안녕하세요. 에디터 구슬아입니다. 필진 및 연재 관련 변동 사항이 있어 아래와 같이 안내 말씀 드립니다. 저희 잡지를 향한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성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앞으로 더 유익한 지면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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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샌델이 한국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
현재 영부인 김건희는 숙명여자대학교에서 받은 석사 학위 논문과 국민대학교에서 받은 박사 학위 논문이 표절이라는 사회 각계각층의 문제제기 한 가운데에 있다.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를 비롯한 교수 단체의 발표에 의해 그의 박사 학위 논문을 구성하는 860개의 문장 중 4분의 1에 해당하는 220개 문장이 다른 문헌을 그대로 베낀 것으로 밝혀졌다.[1]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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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하지 않는 노동자’ 만들기
위험한 노동자와 프롤로포비아(prolophobie) 브누아 브레빌(Benoît Bréville)은 프랑스의 수도권에서 빈곤율과 이민자 비율이 가장 높은 센생드니 지역을 중심으로 프롤레타리아 낙인찍기, 즉 프롤로포비아(prolophobie)가 2세기에 걸쳐 지속되어 왔음을 지적한다. 그는 19세기에 센생드니 지역에 공장들이 들어서고 프롤레타리아 계급이 유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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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수 없는 ‘얼굴들’을 마주해야 하는 이유
선선한 바람 불어 날 좋은 주말 저녁, 번화가의 어느 골목을 걷다 보면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의 표정과 목소리가 나에게 돌진한다. 행여라도 누가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갈까 손깍지를 꼭 낀 커플들이나 신나서 뛰어다니는 아이들 뒤꽁무니를 쫓아다니는 젊은 부모들. 그런 곳에 오도카니 서 있으면 사람들은 뭐가 저리도 즐거운 것일까가 나도 모르게 궁금해진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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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 정신, 그 공허한 수사
주전자의 입구에서 흘러나오는 가느다란 물줄기가 원두 입자 위로 떨어지는 장면. 차곡차곡 나선으로 쌓여 가는 황갈색 거품. 똑똑똑 박자에 맞춰 정적을 깨는 물방울 소리. 이런 데에는 기능 이전에 마음을 동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하긴, 입맛을 다시게 만드는 기호 식품은 차고 넘치는데도 유독 번거로운 이 검은 음료를 인류로 하여금 수십 세기 동안 음용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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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한국인’은 대체 어느 나라 사람?
일본 오사카 소재의 부동산 회사에서 운영하는 <오사카에사는사람들TV>라는 유튜브 채널이 있습니다. 오사카 및 인근의 맛집과 여행지에 관한 영상을 주로 업로드하는 인기 채널인데요, 출연자인 ‘마츠다 부장’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대단합니다. 멋진 외모와 세련된 태도에 완벽한 한국어 실력까지 갖춘 인물이거든요. 그래서인지 “마츠다 부장님은 어떻게 그렇게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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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 커크의 지적인 사람들을 위한 보수주의 안내서?
이 책의 제목은 도발적이다. 다른 사람들도 아니고 ‘지적인 사람들’을 위한 보수주의 안내서라니 말이다. 영어 원제목을 보면 “보수주의에 대한 간결한 안내서(Concise Guide to Conservatism)”이다. 가끔 번역을 하고 나면 제목 선정에 저자와 역자의 의도와는 다른, 출판사의 입김이 들어가기도 한다. 출판사의 입김을 걷어내고 책의 내용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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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t Look up 전략과 노란 봉투법
한국은 1919년 설립된 국제노동기구(ILO)에 1991년, 152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했고, 가입 후 30년이 넘은 시점이 되면서 변화가 일어났다. 변화는 바로 모든 가입국에 대한 ILO의 요구, 즉 190개 협약의 핵심 8개 중 미비준된 4개 항목에 대한 비준 준비였다.[1] 2020년을 기준으로 네 가지 핵심 협약 미비준 국가는 한국, 중국, 브루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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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죽음, 배터리의 전소
2022년 10월 15일에 발생한 두 건의 사고는 우리 사회를 떠받치는 생산 체계의 모순을 보여주는 비극적 사건이었다. 이날 오전에는 SPC 그룹에 속한 SPL 평택 공장의 한 노동자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기사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온라인 상에서는 20대 노동자가 작업 중 소스 교반기에 몸이 끼여 사망했다는 기사에 뒤이어 그의 안타까운 개인사와 동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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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들, 제가 이상한 거예요? 저만 그래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사연이 게시되었다. 최근 방문한 카페에서 겪은 일에 대해 여러 ‘방구석 대법관’ 들의 의견을 구하면서도 내심 자신의 억울함에 ‘공감’ 해 주기를 바라는 인상이 짙게 깔린, 온라인 세상을 살피다 보면 어렵지 않게 만나게 되는 종류의 게시물이었다. 그 내용을 다음과 같이 각색했다. 편의상 ‘A’라 부르게 될 사연 속 주인공을 따라 그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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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죽는 법: 제보당의 야수와 토마 답체
1764년, 프랑스의 제보당(Gévaudan) 지역에서는 사람이 짐승에게 공격을 당해 중상을 입거나 잡아먹히는 사건이 연쇄적으로 발생합니다. 거대한 몸에 붉은 털, 긴 주둥이와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이 짐승은 늑대를 닮았으나 늑대는 아닌, 정체불명의 야수였다고 합니다. 야수가 사람을 먹이로 삼았기 때문에 끊임없이 희생자가 발생했습니다. 프랑스 왕실이 직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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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되어 버린 사랑의 사문서(私文書)
언제부터인가 스마트폰을 비롯한 스마트 기기의 등장은 영화 속에서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핸드폰의 사진 촬영과 비디오 녹화 기능을 활용한 기록과 편집, 메신저로의 연락 교환과 각종 앱의 구동을 통한 사적 또는 공적 행위가 우리의 생활 영역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음은 두말하면 입 아프다. 따라서 픽션일지라도 현실 세계의 재현과 무관치 않은 영화가 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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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편화된 사회와 밥상의 윤리
『연대의 밥상』은 철거와 연대, 그리고 일상의 사소함들을 한데 엮어 버려진 존재들과 독자들을 한 자리로 호출한다. 홀로 살아갈 수 없지만 혼자 살아가도록 만드는 파편화된 사회. 연대의 밥상 위에서 우리는 서로의 삶을 지탱할 마음 한 점을 얻는다. 추운 겨울을 더욱 모질게 만드는 것들이 있다. 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과 바닥에서 올라오는 찬 기운,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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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증 친화적'이지 않은 군대, 병력 관리의 미래는?
이 책은 한 개인이 군대에 들어가 느끼는 우울감의 삽화들을 나열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군인은 군대의 억압적인 구조 아래에서 일상적인 스트레스를 반복하여 겪는다. 한국군은 어떻게 자신이 징집한 이들 모두와 함께 할 수 있을까. 그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묻는다. 『내 이름은 군대』는 저자인 이상문이 군복무 중 느끼는 감정을 보여준다. 군에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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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시대 ‘막장’의 욕망 ①: 막장과 시즌제, OTT의 만남
이 연재에서는 OTT 시대 ‘막장’의 욕망에 대해 총 2회에 걸쳐 이야기합니다.첫 번째 글: 막장과 시즌제, OTT의 만남 ◎두 번째 글: 임성한의 귀환이 말해 주는 것 이 연재에서는 OTT 시대 ‘막장’의 욕망에 대해 총 2회에 걸쳐 이야기합니다.첫 번째 글: 막장과 시즌제, OTT의 만남 ◎두 번째 글: 임성한의 귀환이 말해 주는 것 『드라마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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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돌보고 세상을 향유하는 기쁨
공부가 위험하다. 더이상 배움도, 가르치는 일도 무의미하다. 더불어 우리의 삶이라고 안녕할 수 있을까? 세상의 말석을 위해 자신과 반목해야 하는 시대, 자신과 화해하고 세상을 멋지게 향유하기 위한 공부를 전하는 작가의 메시지. 공부가 세상을 망치다 나는 어느 시점에 “기술 교육은 하지 않겠다.”라고 선언했다. 몇 차례 말한 적이 있을 테지만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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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화하는 사회, 반대로 가야 하는 비평
단순한 감정의 동일화를 공감이라, 편안한 기분을 조성하는 언어만을 가치 있는 언어라, 자기 표출의 욕망으로 움직이는 유저를 유일하게 가능한 주체의 형식이라 말하는 세상, 문학과 비평은 자기가 선 조건에 적응하거나 그것을 거스르며 새로운 공공성에 가 닿을 수 있을까? 명징‧직조 논란 2019년, 평론가 이동진이 영화 <기생충>을 보고 자신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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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발행 관련 안내
<취향과 판단> 독자 여러분께, 안녕하십니까, 에디터 구슬아입니다. 윤희상 작가의 <텍스트를 째려보다>의 이번 달 연재분인 주디스 휴먼의 『나는, 휴먼』의 서평은 내일(2022년 11월 26일) 중으로 발행될 예정입니다. 정해진 날짜를 넘겨 추가 발행을 하게 됨에 따라 이용에 불편을 드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추가 발행 완료] 윤희상 작가의 이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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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을 멈추지 않기 위해 오늘은 역사와 만납니다
미국 장애 운동의 선구자적 인물인 주디스 휴먼의 삶의 내력을 고스란히 담아낸 책으로, 그의 투철한 삶의 역사와 만남으로써 ‘몸’과 ‘건강’에 대해 어떻게 말할 것인지, 한국에서의 장애 운동의 방향은 어디로 나아가야 하며 또 무엇을 문제화할 것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어떤 책은 독서를 마치는 순간 책의 세계도 막을 내린다. 수미일관하게 책 속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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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 쓰레기도 리볼빙이 되나요?
유통 기한과 소비 기한 식품 포장지에 적힌 한 줄의 숫자, 제품의 부패와 식품 안전 사고를 일선에서 견제해 온 유통 기한이 2023년 1월 1일부터 소비 기한으로 전환된다. ‘시장에서 상품을 유통할 수 있는 제도적 한계 기간’을 나타내는 유통 기한은 ‘적정 보관 방법을 준수할 경우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는 기한’을 의미하는 소비 기한에 비해 다소 짧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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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과 판단> 11월호, 함께 읽는 책 특집 EVENT
“책을 읽으려고 해도 볼 만한 책이 없다.”, “베스트셀러 목록에는 온통 비슷비슷한 책들뿐이다. 부자 되기, 연애하기, 힐링 하기……. 이제 지겹다.”와 같은 한탄을 종종 듣습니다. 부자 되는 법, 연애하는 법, 자기 마음을 치유하는 법에 관한 책이 다 나쁘다는 말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는 더 다양한 주제와 관점, 그리고 논의들과 만나고 싶고,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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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적 양극화와 정치의 미래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거치면서 대통령과 대통령 후보에 대한 팬덤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유권자들이 정당의 특정 인물에 무조건적으로 충성하는 것이다. 충성은 정책의 방향과 상관없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정치적 팬덤화의 대표적인 예시는 제18대 대통령 선거부터 발견할 수 있다. 고도 경제 성장의 신화를 기반으로 한 권위주의 시대에 노스텔지어를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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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 사원 나왔습니다: 올해의 영화와 드라마 보고 가세요
올해도 이렇게 저문다. 여름의 뙤약볕과 일렁이는 열기보다는 겨울의 차디찬 공기와 그 냄새를 더 좋아하지만, 해가 바뀌는 건 늘 조금은 서글프다. 한국식으로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것 때문이 아니라 아직 올해와 작별하기에는 떠밀어버릴 수 없는, 붙잡아야 할, 나아가 시간을 들여 찬찬히 들여다보아야 할 사건, 사람, 감정들이 산재해있기 때문이다. 시간이란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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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구석 원예론(1): 풀때기 그거, 키워서 뭐에 쓰나
잘 오셨습니다, 집구석 원예의 세계에 누군가 취미를 묻는다면 독서를 첫손에 꼽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읽고 쓰는 일을 업으로 삼고 난 이후로는 그것이 불가능해졌습니다. 모름지기 취미란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좋아서 즐겨 하는 일’이니까요. 직업적 활동으로서 읽기를 수행한다면 당연히 전문성의 추구가 따라야 하고 그러다 보면 책을 읽는 행위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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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성이라는 안경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세계를 놀라게 하던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를 10월 28일 인수한 이후 3주 동안 직원 중 2/3가 넘는 4,700명을 정리 해고했다. 12월 20일 <테슬라>, <트위터>, <스페이스X> 등 하나같이 유명한 회사들이 일제히 부당 해고 소송에 휘말린 상황이다. 모든 상황을 쓸모나 이용할 만한 특성으로 판단하는 유용성(有用性)의 기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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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쇼 유감
카페쇼, 커피인의 축제? 커피 애호가에게 11월은 특별한 달이다. 국내, 아니 이미 동아시아 최대 규모의 커피 박람회로 자리매김한 <서울 카페쇼>가 개최되기 때문이다. 올해로 벌써 20회를 넘긴 서울 카페쇼는 해마다 규모가 상당한 삼성동 코엑스 콘퍼런스 룸을 인파와 커피 향으로 채웠다. 행사가 궤도에 오르기 시작한 이후로 여러 지역 단체에서도 앞다투어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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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시대 ‘막장’의 욕망 ②: 임성한의 귀환이 말해 주는 것
OTT 시대 막장 드라마의 ‘좁은 세계’와 ‘희극성’ “Pheobe(임성한) 작가의 화제의 복귀작!” 〈결혼작사 이혼작곡〉(유정준, 이승훈 연출, Phoebe 극본, 2021.1.23.~2022.5.1. TV조선 방영)의 홍보 문구이다. 지난 연재에서 이야기했듯 2014년에 임성한이 은퇴한 후 한국 막장 드라마에서 임성한의 문법은 시효를 다 한 것으로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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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에 묻다
순 수 純粹 “순수한 증류수, O워터로 내 몸을 개선하다.”“순수한 건강만 담아 순수한 가격으로 만들다.”“어린 찻잎의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오리지널 순수 녹차” 식품이나 화장품의 투명한 외관을 지시하거나, 원재료로 사용된 동·식물의 여린 모습을 나타내거나, 때로는 다른 이질적인 성분이 섞이지 않았다는 ‘정통’의 권위를 암시하기도 하는 복잡하고 다원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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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적 대통령제, 어떻게 할 것인가?
정치인 나경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부위원장을 역임하면서 출산을 하면 부채를 탕감하게 하겠다는 발언을 해 대통령실과 마찰을 빚었다. 대통령실은 나경원을 해임하였고 이후 둘의 갈등은 점차 심화되었다.. 일각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여당의 당대표를 선출을 앞둔 상황에서 대통령과 가까운 이른바 ‘친윤 계열’이 아닌 나경원의 당대표 출마를 대통령실이 견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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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구석 원예론(2): 철저히 문명적인 것, 근데 이제 자연스러움을 곁들인
자연을 욕망하기 플랜테리어를 위한 오브제 아니면 반려하는 친밀한 대상과 같은 분류 이전에, 실내 원예에서 식물이란 공통적으로 무엇의 표상일까요? 바로 자연입니다. 우리는 집에 식물을 두고 키움으로써 일상생활의 영역 속으로 자연을 끌어 들이기를 소망합니다. 이러한 욕망이 작동할 때 식물은 대자연의 축소판으로서, 실내 원예는 자연의 경관과 생명력을 도회적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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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주실게여”🙏
미국 NBC에서 포맷 라이선스를 취득해 한국판으로 리메이크한 <SNL 코리아(Saturday Night Live Korea)>는 내가 즐겨 시청하는 방송 프로그램이다. 초창기 방송사 tvN에서의 긴 역사를 뒤로하고 국산 ott 서비스인 쿠팡 플레이에 새로이 둥지를 튼 뒤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근자의 미디어 콘텐츠가 인기를 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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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호, '빠진 연재' 관련해서 알려 드립니다.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취향과 판단> 2023년 1월호의 ‘빠진 연재’ 관련해서 알려 드립니다. 이번 달 김태현 작가의 ‘그런 음식 문화는 없다’는 작가의 개인 사정으로 인해 원고가 발행되지 못했습니다. 추가 발행을 통해 근시일 내에 빠진 연재를 보충하기 또한 어려운 상황임에 따라 부득이하게 한 호를 휴재합니다. 해당 연재의 오늘자 원고를 기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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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폐(幽閉)의 소설적 징후: <북촌방향>과 그 시‧공간적 미의식
<북촌방향>이라는 문제작 홍상수의 열두 번째 장편 영화이자 네 번째 디지털 영화이며 두 번째 흑백 영화인 <북촌방향(The Day He Arrives, 2011)>은 여러 지면에서 명실상부 홍상수의 ‘제2기’를 대표하는 영화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또한, 현재까지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만큼 주목을 받은 작품이 적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영화제 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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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과 버마의 민주화 시위와 20대 대학생
TV 프로그램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에서 민주화 시위의 주역 중 한 명이었던 유시민 씨는 ‘항소이유서’를 썼던 자신의 과거를 담담히 토로했다. 그가 털어놓은 이야기는 대략적으로 이러하다. 유 씨는 경찰이 자신을 만나자고 해서 다방에 슬리퍼를 끌고 나갔는데 바로 체포를 당했다고 했다. 이후 변호사를 접견하는 자리에서 변호사와 유 씨는 항소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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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는 있고, 지방에는 없는 것
가게를 접었다 영업 준비를 마치고 마른 행주로 손을 훔치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가게를 접어야겠다. 뭔가를 시작하는 시점에 으레 한 번쯤 떠올려 보게 되는 마지막 순간의 모습. 2011년 이 작은 카페를 열던 시기에도 간간이 상상하곤 했다. 하지만 막상 현실로 닥친 결심은 상상처럼 극적이지 않았다. 그 결심은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때, 텅 빈 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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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밥풀떼기들의 거대한 아우성이 저류에서 들끓고 (1)
1. “말똥하고 맨숭”[1]하지 않은 ‘세 자매의 세계사’ 비평적 견지에서 ‘좋은’ 드라마란 무엇일까? 이 질문이 그 자체로 위태롭다고 한다면 아마 그 이유는 ‘좋음’에 대해 말하고 글을 쓰는 행위가 어느 정도의 상대성을 가질 수밖에 없으며 작품이 제작·유통·배급되는 환경과 작품이 놓인 문화정치학적 맥락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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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구석 원예론(3):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에 더하여 숙련
비록 죽음도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누군가 개업을 하면 축하의 의미로 화초를 보내는 문화가 있습니다. 식당, 카페, 미용실, 부동산, 병원 등의 영업장에 놓인 식물들은 보통 개업 축하 화분이었던 것이며 또 상당히 높은 확률로 잎이 누렇게 떴거나 해충이 우글대거나 어딘가가 썩지 않았으면 말라비틀어져 있습니다. 일부러 생명력이 강하고 관리가 편하기로 유명한 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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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호, '빠진 연재' 관련해서 알려 드립니다.
구독자 여러분께, 안녕하세요. <취향과 판단> 2023년 2월호의 ‘빠진 연재’ 관련해서 알려 드립니다. 이번 달 유윤열 작가의 ‘가장 오래된 생존기: 노동’은 부득이한 사정으로 인해 원고가 발행되지 못했습니다. 해당 연재의 오늘자 원고를 기다리셨을 구독자 여러분께 실망과 불편을 드린 점, 고개 숙여 사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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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취미는 없습니다만
나는 ‘취미 부자’가 아니다. 누가 취미를 물으면 “글쎄, 취미랄 게 딱히 없는데요.”라고 답하곤 하는데, 뚜렷한 취미의 부재는 나의 성향과도 관련된다. 나는 루틴형 인간이 아닌 과몰입형 인간이다. 그렇다 보니 충분한 몰입을 위해 에너지를 비축하며 정신적·신체적으로 이완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을 중시한다. 그래서 많이 자고, 빛을 쐬고, 향을 맡고, 쓸데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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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그리고 시간: 새로움과 익숙함 사이에서의 감상
최근에는 조금이라도 ‘힙’하고 ‘트렌디’하다고 여겨지는 까페에 가면 1980년대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레트로를 표방하는 바버 샵에서도 1980년대 미국의 디스코를 즐겨 튼다. 이처럼 과거의 음악이 유행을 타고 전국에 퍼지고 있다. 부모님들은 “옛날 음악이 지금보다 더 좋아.”라는 이야기를 한다. 예전 가수들은 다들 가창력도 좋은데 지금 가수들은 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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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주의 마음
우리는 언제 달리는가. ‘달리기’의 여러 변주를 나타내는 한자어들을 떠올려본다. 질주(疾走), 분주(奔走), 폭주(暴走), 활주(滑走), 도주(逃走), 탈주(脫走) 등등. 대개는 유쾌와 경쾌보다 번잡과 초조의 감각이 강한 낱말들이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달리기는 어떤 형상으로 각인돼 있나. 아마 대개는 시간을 한없이 쪼개 쓸 수밖에 없는 고단한 현대인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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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업일치'로서의 나의 음식문화 연구
취미를 일상 안으로 들여 놓는 일은 가능할까?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노동으로 점철된 것이 오늘날의 일상이라면 이는 분명 취미를 탐색하거나 만들기에 적합하지 않은 구조로 되어 있다. 취미는 흔히 일상과는 분리된, 일상의 탈출구 혹은 활력의 재생산 따위의 기능으로 간주되며 자신의 삶에서 부차적인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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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동호회의 흥망을 통해 바라본 사람, 장소, 환대, 그리고 소비
나는 자전거를 좋아했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좋아한다. 안장에 몸을 싣고 바람을 가르면 때로는 낭만적인 감상에 빠져들기도, 때로는 스포츠맨으로서의 고양감에 도취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여러 이유로 자전거 생활에서 멀어졌지만 자전거가 매력적인 운동이자 취미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게다가 자전거 자체는 조형적으로도 아름답지 않은가. 날렵한 프레임의 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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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구석 원예론(4): 취미 원예의 심연으로, 기꺼이 웃으며 가라앉기
실내 원예는 정말 ‘갓성비 취미’일까? 인터넷 최저가 기준으로 스킨답서스가 하나에 1,900원, 적당히 쓸 만한 플라스틱 화분과 받침이 한 벌에 3,000원, 가장 적은 용량의 분갈이 흙이 2,000원 안팎, 없어도 무방하지만 있으면 더 좋을 기타 부자재에 4,000원 가량을 지출……. 이렇게 놓고 보았을 때 대략 5,500원 정도면 나만의 화분 하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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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은 '취미 특집'입니다.
<취향과 판단> 2023년 3월호는 ‘취미 특집’입니다. 기획 단계에서 아주 잠시 동안 우리 웹진의 정체성은 ‘취미 잡지’였습니다. 결국 문화/정치 비평지가 되었습니다만, 취미를 소재로 한 글을 싣는 것에 대한 욕망은 간직하고 있습니다. 취미야말로 가장 사적인 동시에 사회 일반의 경제적, 문화적 조건 및 경향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생활에 필수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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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급식 실화냐?: 식판 위의 '레전드'들
두 ‘레전드’ 단체 급식용 식판에도 봄이 올까?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단체 급식을 둘러싼 두 가지 ‘레전드’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한편의 식판에는 밥과 국, 그리고 김치 몇 조각만이 담겨 있다. “수용소도 이렇게는 안 주겠다.”, “저게 5,500원이라니… 반대 의미로 놀랍네요.” 등 직장인의 체념과 냉소로 얼룩진 이 이미지는 ‘구내식당 레전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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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정권은 왜 일본에 약할까?
윤석열 정부는 2023년 1월, 일본에 의한 강제 동원 배상에 해법을 제시한다며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토론회에서 정부 측을 대변하는 인물들은 피해자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질 것이지만 그것이 일본 기업 혹은 정부에 의한 것이 아님이 예정되어있었다. 제3자인 한국 기업들이 기금을 마련하여 우선 피해자에게 보상을 하는 방식으로 사건을 무마하려는 것이다.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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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밥풀떼기들의 거대한 아우성이 저류에서 들끓고 (2)
3. 희생 없는 살부(殺父)와 ‘미친 여자’라는 유령 앞서 살펴본 바 <작은 아씨들>의 거시적 틀이자 서사의 역사적 원점에는 위계 관계에 있는 두 질서가 작동하고 있다. 하나는 ‘아버지 박정희 시대’라는 실재했던 지배 질서이고 다른 하나는 이 지배 질서가 왜곡된 방식으로 외삽된 한 픽션적 판본인 ‘새롭지만 낡은 아버지’ 원기선 장군의 질서다. 베트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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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제 물러나 보겠습니다
턱밑의 칼처럼 찾아온 나의 위기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여러 가지 사정이 겹쳐서, 상당히 급작스럽게. 퇴사가 결정된 시점에 맞물려, 전세 보증금을 올려 달라는 요구에 밀려 4년간 살던 집에서 이사를 나와야 했다. 원래 내던 만큼의 보증금으로 이사할 수 있는 집을 찾으면서 방을 한 칸 줄였다. 이사를 준비하다 보니 집에 맞춰 살림이 잔뜩 늘어나 있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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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빨대에 대하여
요리를 일련의 코스로 구성해 연출하는 파인다이닝처럼, 한 잔의 음료를 유사한 관점으로 이해해 볼 여지가 있다. 고객의 입이 닿는 기물의 질감, 첫 모금의 인상, 마시는 방법, 가령 시원하게 들이켜게 할지 음미하게 할지. 고유의 향이 있다면 그것을 코 끝에 가까이 가져가 흠향하게 할지 아니면 다소 멀찍이 떨어뜨려 은근하게 퍼지는 인상을 감각하게 할지. 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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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잘하는 비법 알려 드립니다? (1)
연애 잘하는 비법 알려 드립니다? (1) ★1. 연애를 돈 내고 배운다고?2. 연애의 제1원칙이 지배라고?3. 선수 vs 착한 남자: 연애는 파워 게임이다?연애 잘하는 비법 알려 드립니다? (2)4. 픽업 아트가 과학적, 이론적이라고?5. 픽업 아트가 검증 가능하다고?연애 잘하는 비법 알려 드립니다? (3)6. 픽업 아티스트처럼 되고 싶다고?7. 픽업 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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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라거'는 라면인가, 라거인가?
편의점에서 발견한 묘한 실험 몇 년 전부터 편의점에서는 아주 묘한 실험이 행해지고 있다. 편의점의 맥주 코너를 즐겨 찾는 음주인(?)이라면 이 실험이 익숙할 것인데, 서로 다른 두 개의 상품을 하나로 합치는 시도가 바로 그것이다. 비교적 최근 출시한 ‘진라거’는 실험의 대표적인 예시이다. 상품의 위치와 내용물은 분명 맥주임에 틀림이 없지만, 그 외형으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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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총선: 민주화의 시작인가, 또 다른 혼란의 서막인가?
2023년 5월 14일에는 쉬이 잠에 들 수 없었다. 선잠을 자다 다시 일어나 인터넷에서 선거 개표 현황을 검색하기를 반복했다. 박사 학위 논문을 ‘태국 정치’에 관한 주제로 쓰겠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태국에서 벌어지는 선거 및 정치 참여의 양상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었다. 특히 젊은 세대의 정치 참여에 대한 관심이 컸다. 태국 군부가 2014년에 쿠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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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지옥, 마케팅 초과 사회
마케팅 초과 사회 TV 속 간접 광고와 온라인상의 바이럴 광고, 신문 지면상의 광고성 기사와 버스 정류장의 광고판들, 그리고 끝없이 눈에 걸리는 길거리 위 상표와 디자인까지.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여러 가지 매체를 통하여 소비자에게 널리 알리는 의도적인 활동”이라는 의미의 광고는 기존의 정형적인 방식을 넘어 일상 곳곳에 스며들게 되었다. 세련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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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로폼 박스에 갇힌 신선함
지금 살고 있는 동네에서는 매주 세 차례 쓰레기를 수거해 간다. 나는 주로 늦은 시간, 공지된 마감 시간 직전 즈음 해서 쓰레기를 내다 놓으러 나가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매주 세 번씩 산더미처럼 쌓인 쓰레기를 마주한다. 얼마 전부터는 그 쓰레기 무더기를 유심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이 동네 사람들은 얼마나 많이 택배를 시키는지, 배달 음식은 또 얼마나 먹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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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공부 하는 사람들
카페를 독서실, 집, 혹은 사무실 삼아 공부를 하거나 개인 작업을 하는 부류를 이르는 신조어인 ‘카공족’은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으로 풀어 쓸 수 있다. 이제는 카페 손님의 대다수를 차지한 그들은 소중한 고객일까 아니면 눈엣가시 같은 진상 불청객에 불과할까? 카공족의 입장에서 그들은 모든 것을 교환 가능한 재화로 치부하는 자본주의의 명령에 따라 값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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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이름을 선물하려 합니다. 저 자신에게요.
“그러니까 어디 가야 할 곳이 있는 듯이, 시작된 어떤 일이 있는 듯이, 해야 할 어떤 일이 있는 듯이, 그렇게 계속하기만 하면 되는 거야. 모든 건 말[言]의 문제로 귀결돼, 그걸 잊어서는 안 돼, 나는 잊지 않았거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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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잘하는 비법 알려 드립니다? (2)
연애 잘하는 비법 알려 드립니다? (1) 1. 연애를 돈 내고 배운다고?2. 연애의 제1원칙이 지배라고?3. 선수 vs 착한 남자: 연애는 파워 게임이다?연애 잘하는 비법 알려 드립니다? (2) ★4. 픽업 아트가 과학적, 이론적이라고?5. 픽업 아트가 검증 가능하다고?연애 잘하는 비법 알려 드립니다? (3)6. 픽업 아티스트처럼 되고 싶다고?7. 픽업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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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중간계급을 위한 변명
2014년 쿠데타 이후 두 번째로 열린 총선은 태국 국민들이 원하는 변화의 서막을 보였다. 2019년도에 청년층의 지지를 받아 급부상한 아나콧마이당(Future Forward Party)이 이듬해 헌법재판소에 의해서 해산되었다. 이후 재결성된 까오끌라이당(Move Forward Party)이 하원 500석 중 152석을 획득하면서 제1당으로 부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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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누더기여라
마음에 드는 신발을 찾기는 정말 어렵다. 예쁘면 불편하고, 편하면 못생겼고, 예쁘면서 편하면 신고 다니기가 멋쩍게 비싸다. 그래서 온갖 곳을 뒤져 마음에 드는 신발을 찾고 나면, 왜 그렇게 금방 닳고 해지는 걸까. 한 켤레만 신고 다니는 것도 아닌데 밑창은 하루가 다르게 닳아 없어지고, 어느새 뒤꿈치가 해져서 스펀지가 튀어나온다. 한두 군데만 손을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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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카롱과 크룽지가 불편한 저, 꼰대인가요?
전날까지만 해도 바삭한 껍질로 촉촉한 속살을 감싸고 있던 바게트는 하루 저녁을 채 넘기지 못하고 수분을 잃어 속은 푸석하고 겉은 딱딱해지고 만다. 이처럼 그냥은 먹기 어려워진 프랑스식 식사빵인 바게트나 깡빠뉴를 적당한 두께로 썰고 계란 물과 우유를 입혀 부드럽게 만든 뒤 버터에 구워 잼이나 꿀을 곁들여 간식으로 먹던 것이 소위 말하는 ‘프렌치 토스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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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짜리 향연의 장막을 거두며
1928년 일본의 계간 동인지 『시와 시론』 2권에 발표된 카지이 모토지로(梶井基次郎)의 단편소설 「벚꽃 나무 아래에서(櫻の樹の下には)」는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시작된다: “벚꽃 나무 아래에는 시체가 묻혀 있다!” 요양을 위해 방문했던 이즈 반도의 유가시마 온천에서 마주한 “광선 강한 풍경”[1]이 기억에 남아 써 내려 갔다는 이 소설은, 터질 듯이 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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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잘하는 비법 알려 드립니다? (3)
픽업 아티스트처럼 되고 싶다고? 이전 연재에서 살펴보았듯, 픽업 아티스트들의 주장과 달리 실제의 픽업 아트는 과학적, 이론적인 것과도, 검증 가능한 것과도 거리가 멉니다. 따라서 픽업 아트의 신뢰성을 주장하기 위한 궁극의 레토릭으로써 픽업 아티스트의 ‘자기 고백’이 동원되는 것은 필연적인 결과입니다. “전형적인 A형 남자이고 남자에게는 사교성이 좋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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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학생회 조직 운영의 미래
학부와는 다르게 대학원은 종류가 많다. 전문대학원, 특수대학원, 일반대학원으로 크게 나뉜다. 그리고 각 대학원에는 모두 총학생회가 존재한다. 로스쿨로 잘 알려진 법학전문대학원의 총학생회나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교육대학원, 국제대학원, 공학대학원, 행정대학원 등 모든 단위 대학원마다 학생회가 있으며 각 대학원에 속한 원우의 권익을 위해 활동한다. 일반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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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잘하는 비법 알려 드립니다? [외전]
☆ 본편 읽고 오기→아래의 제목을 클릭☆ 연애 잘하는 비법 알려 드립니다? (1)연애 잘하는 비법 알려 드립니다? (2)연애 잘하는 비법 알려 드립니다? (3) · · · 그 실체는 ‘픽업 아트론’이었던 「연애 잘하는 비법 알려 드립니다?」 3부작을 지난 달 연재로써 마무리하면서 말미에 “다른 기회에 ‘사랑을 위한 연애론’을 써 보도록 하겠다.”는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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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께 연재 관련 변동 사항을 안내 드립니다
<취향과 판단> 독자 여러분께 안녕하세요. 에디터 구슬아입니다. 필진 및 연재 관련 변동 사항이 있어 아래와 같이 안내 말씀 드립니다. 저희 잡지를 향한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성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앞으로 더 유익한 지면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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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거나, 따르라고...?
음식을 발효하는 일에 관심이 많다. 제철 채소와 과일을 소금에 절이는 것에는 익숙해졌고, 철이 되면 사과와 꿀로 술을 담근 지도 여러 해가 되어 이제는 제법 괜찮은, 주변에 나누기에 부끄럽지 않은 벌꿀주를 빚어낸다. 최근에는 콤부차를 실패 없이 만들어 내기 시작하면서 탄산음료의 자급자족에도 성공했고, 사워도우 발효종을 만들어 빵에 도전해 볼까 싶어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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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저어 드세요."
칵테일 씬에서 말하는 ‘스터’는 ‘셰이크’와 함께 음료를 섞는 기술의 쌍두마차라고 할 수 있다. ‘젓다’는 의미의 ‘stir’에서 온 것이데 말 그대로 긴 바 스푼을 이용해 음료를 저어서 섞는 방식이다. 제임스 본드가 마티니를 주문할 때 하는 “젓지 말고 흔들어서(Shaken, not stirred).”는 통상적으로 스터로 만드는 마티니를 셰이크 해서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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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사는 세상>은 우리의 세상이기도 했다
“아무리 우리가 아름다운 드라마를 만든다고 해도 지금 살고 있는 이 세상만큼 아름다운 드라마를 만들 수는 없을 거다.” [주준영] “그래도 우리는 우리 동료들과 포기하지 않기로 약속한다. 내가 사는 세상처럼 아름다운 드라마를 만드는 축제 같은 그날까지…….” [정지오] ‘K-컬쳐’나 ‘K-드라마’와 같은 커다란 수사들은 이제 하나도 새로울 것이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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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의 총리 지명 과정과 민주주의의 미래
태국 총리 선출이 난항을 겪고 있다. 통상적으로 총선을 치르고 두 달 정도가 지난 후, 의회의 표결을 거쳐 총리를 선출한다. 그렇게 선출된 총리는 국왕의 임명을 받고 임기를 시작한다. 본래 7월에 투표를 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득표율 미달으로 총리 선출이 부결되었다. 8월 22일에서야 투표가 완료되었으며 프아타이당의 스레타 타비신 후보가 의회에서 선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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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는 카페의 비밀
구멍가게, 스타벅스, 디즈니랜드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의 독특한 소비 양상을 이해하기 위해 세 가지의 소비 시장 모델을 제안하고자 한다. 편의상 1차, 2차, 3차로 구분한 이 모델의 첫 번째를 1차 소비 시장 모델이자 ‘구멍가게 모델’이라 명명하도록 하겠다. 구멍가게 모델은 단순 계산적 소비 시장이다. 간판에 내 건 상품과 파는 상품이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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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오래 참고,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
얼마 전에 매일 들고 다니는 카메라 가방의 지퍼가 뜯어졌다. 하루에도 여러 번 빠르게 여닫기를 반복하다 보니 플라스틱으로 된 지퍼가 견디지를 못하고 비틀어져 버린 것이다. 싼 맛에 사서 들고 다니는 가방이기는 했지만 구매한 지 석 달도 채 되지 않았는데 이럴 수가 있는가 억울했다. 싸구려는 어쩔 수 없는가, 내다 버리고 교훈을 얻어 비싸지만 튼튼한 가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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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화된 정의
2023년 6월 2일, 한 유튜버가 이른바 ‘부산 서면 돌려차기 강간 살인 미수 사건’ 가해자의 본명과 사진, 범죄 이력 등의 개인 정보를 공개하는 영상을 업로드 했습니다. 누적 조회수 677만 회의 이 영상에는 약 25만 개의 ‘좋아요’와 40,935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국가가 해야 하는데도 못하는 일을 대신 해 줘서 감사하다.”, “공익을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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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 혈전의 사적 향유로 귀결되지 않기를
연출과 연기술(dramatics)의 장력 불과 일주일 전 공개된 7부작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스크걸(2023)>[1]의 프로모션 영상을 봤을 때 무슨 이런 드라마가 다 있나 싶었다. 김용훈의 장편 데뷔작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2020)>은 영화사의 굵직한 여러 작품을 계승했음이 드러나는 카메라 연출과 가차 없는 인물의 퇴장이나 비선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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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칠 수 없지만 배워야 할 것, 배울 수 없지만 가르쳐야 할 것
이 일도 경력이라고 한 해 두 해 연차가 쌓이다 보면 건너 건너 도움을 요청해 오는 분들을 만나게 된다. 사정이야 제각각이지만 카페를 하고 싶으니 노하우를 알려 달라는 게 주된 내용이다. 개중에는 아예 무임금으로 일을 도우며 커피 제조와 가게 운영을 옆에서 보고 배울 수 없겠냐는 얘기부터 무임금은커녕 숫제 일은 일 대로 하고 수업비까지 내겠다는 분도 계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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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산음료에는 거품이 몇 방울 있어야 하나
‘후퇴’를 이야기하면서 뒤를 돌아본 적이 과연 없는가 하면, 당연히 그럴 리가 없다. 멀어지고자 하는 것들만이 줄 수 있는 쾌감이 있었으니까. 예를 들면 나는 콜라를 꽤 좋아했다. 매일 달고 사는 사람들만큼은 아니었지만 목을 간질이는 탄산의 청량감과 달큰한 듯 씁쓸하면서 짜릿한 풍미를 좋아했다. 그리고 코카콜라가 미국과 그 풍요의 상징인 만큼, 탄산음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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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환경부야, 환경 파괴부야
올해 세종시에서 있었던 4.14 기후 정의 파업은 각 부처별 제시안을 내고 각각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이하 탄녹위)와 산업 통산 자원부 그리고 환경부 앞에서 당사자들의 발언이 이루어진 자리였다. 파업 당일에도 나왔던, 뇌리에 박힌 구호가 있다. “시민의 요구는 외면한 채 기업의 이해만 반영하는 탄녹위는 해체하라! 본분을 잊은 환경부는 해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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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위하여 리뷰 알람은 울리나
조용한 충성 고객 이 동네에 산지 대략 10년 차. 처음 이사 온 날부터 현재까지 가는 가게들만 주구장창 다니고 있습니다. 작업하는 카페 한 곳과 쉬고 노는 카페 두 곳, 저녁을 사 먹는 식당은 대여섯 군데, 월례 행사 격인 이발과 염색도 하던 데서 계속 합니다. 별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취급하는 물건의 질과 가격, 서비스 면에서 대단한 이점이나 특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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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는 여전히, 나의 힘 (1)
어떤 형태로든 읽기와 쓰기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은 자신이 썼던 과거의 글을 마치 남의 것처럼 읽게 되는 순간과 반드시 만나게 되어있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어느 북토크에서 소설가 박솔뫼가 자신이 무엇을 썼는지 잊어버릴 때가 있고 지나간 자신의 작품들을 보면 언제 이런 걸 썼나 의아스러울 때가 있다는 식의 말을 한 적이 있다. 덧붙여 그녀는 개인이 개별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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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문을 지나서 가야 잔치판
잔치를 벌이고 싶다는 심정이 됐지만, 여전히 마음 한 켠 어딘가에는 무언가 걸려 있는 듯도 하다. 한 달에 두어 번, 통장에 적잖은 돈이 드나드는 날이면 더더욱 그렇다. 암만 ‘후퇴’를 한다고 한들 도시에서의 삶을 유지하려면 도시가 요구하는 것을 내주어야 하니까. 결국 ‘돈’이 문제가 된다. 가슴이 답답하다며 넋두리를 한 사람치고는 우스운 이야기지만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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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의 신은 자영업자를 구원할 수 있을까?
“요즘 글 잘 쓰는 사람 찾기가 어려워요. 표현이 기발하다든가 예쁜 문장을 고른다든가 하는 그런걸 잘 하는 재주꾼은 있는데 잘 훈련 됐달까요? 뭔가 정돈된 인상을 주는 사람은 씨가 말랐어요.” 출판계에 몸담은 지인은 사석에서 이렇게 푸념했다. 푸념이라지만 꽤나 정확한 세태 판단이다. 비단 글을 쓰고 출판을 하는 문인 사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몇몇 분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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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SNS 사용법, 욕망과 파라소셜한 것
몹시 쉬운 일, SNS 친구 1,000명 만들기 현실에서 1,000명의 친구를 만드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SNS에서는 어렵지 않습니다. <페이스북>을 예로 들어 볼까요? 침대에 누운 채로도 시스템이 제공하는 ‘알 수도 있는 사람’, ‘함께 아는 친구’의 명단을 열람함으로써 ‘페친’, 즉 페이스북 친구가 될 만한 타인들의 존재를 한눈에 파악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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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는 여전히, 나의 힘 (2)
질투를 상상할 때 익숙한 풍경은 독점적 연애 관계가 전제된 상태에서 이성 간에 일어나는 감정싸움이다. 연인 관계인 둘 사이의 질투라면 응당 자신에게 돌아왔어야 할 관심과 사랑을 빼앗기는 듯한 조급함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일 것이고, 홀로 마음에 품고 있는 누군가를 향한 질투라면 그 사람이 내게 보여 줬으면 하는 표정과 몸짓이 온전히 타인의 소유라는 것을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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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호 추가 발행 관련 안내
<취향과 판단> 독자 여러분께, 안녕하십니까, 에디터 구슬아입니다. 문준혁 작가의 <지역 환경, 잘되겠냐?>의 이번 달 연재분이 10월 30일에 추가 발행될 예정입니다. 정해진 날짜를 넘겨 추가 발행을 하게 됨에 따라 이용에 불편을 드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추가 발행 완료] 문준혁 작가의 이번 달 연재분, 「기후 정의 행진을 다녀왔지만 답답한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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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정의 행진에 다녀왔지만 답답한 당신에게
아니 그래서 이 책이 무슨 도움이 되는데? “이 책은 왜 우리가 기후위기라는 파멸에 이르렀는지, 그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인지 명료하게 알려준다. 기후변화는 위험 실체가 우리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알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후위기에 행동하여 새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면, 이 책을 펼쳐라. 자신이 알고 싶은 주제로 바로 건너뛰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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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사는 법: 장송의 프리렌, 기억과 시시한 유산
모험의 끝에서 시작하는 이야기 인간인 검사 힘멜과 성직자 하이터, 드워프족 전사 아이젠, 엘프인 마법사 프리렌으로 구성된 ‘용사 힘멜 일행’은 10년에 걸친 모험 끝에 마왕을 물리치고 세계에 평화를 가져옵니다. 개선을 기념하는 축제가 끝나자 프리렌은 동료들을 왕도에 남겨둔 채 마법을 수집하러 떠납니다. 무한에 가까운 시간을 사는 엘프인 프리렌에게는 마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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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엮은 책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얼마 전 책장을 뒤지다가 아주 반가운 책 한 권을 발견했다. 얇은데도 양장으로 제본된 레시피 북이었는데, 세상에 다섯권 밖에 없는 책이었다. 그런 책이 어떻게 이 책장에 꽂혀 있게 되었는가 하면, 그 레시피 북을 만든 사람이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나머지 네 권은 서울 인근 어느 야산에 꽂혀 있다. 그래서 그 책이 무슨 책이냐고? 바로 『공군 ○○○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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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품 이미지
카페라테와 플랫 화이트 바리스타가 에스프레소 머신을 이용해 우유를 처리하는 기예의 정수는 ‘벨벳 밀크’라고 할 수 있다. 스팀을 이용해 절묘하게 처리된 우유는 입자가 보이지 않고 표면이 반짝반짝 빛나며 얼핏 봐서는 액체인 것 같지만 크림에 가까운 점성을 띄고 층이 지지 않아 시간이 지나도 상단부터 아래쪽까지 거의 일정한 상태를 유지한다. 스팀은 이 벨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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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호, '빠진 연재' 관련해서 알려 드립니다.
구독자 여러분께, 안녕하세요. <취향과 판단> 2023년 11월호의 ‘빠진 연재’ 관련해서 알려 드립니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인해 이번 달 문준혁 작가의 ‘지역 환경, 잘되겠냐?’의 원고가 발행되지 못했습니다. 해당 연재의 오늘자 원고를 기다리셨을 구독자 여러분께 실망과 불편을 드린 점, 고개 숙여 사과 드립니다. 앞으로 더욱 노력하는 <취향과 판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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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보지 않는 역설적 회고, 우리는 ‘살아있는가’?
말년의 양식, 혹은 해석되어야 할 망상 미야자키 하야오(宮﨑駿) 감독의 10년 만의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인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2023)>(이하 <그대들>)는 미야자키가 그간 닦아 온 삶과 창작의 궤적에 대한 전면적인 개입과 재배치, 자신의 유년기에 대한 회고(回顧/懷古)와 그로부터의 미래지향적 진단을 담은, 그야말로 하나의 ‘매듭짓기’와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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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호 발행 일자 관련 안내
<취향과 판단> 구독자 여러분께, 안녕하세요. 에디터 구슬아입니다. <취향과 판단>은 매달 25일 20시 30분에 발행되어 왔습니다. 다만 이번 2023년 12월호는 12월 25일이 아닌, 26일 20시 30분에 발행될 예정입니다. 구독자 여러분의 연말이 따듯하고, 건강하고, 즐겁기를 기원합니다. 늘 감사합니다.구슬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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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기 전에 드세… 아, 아니 예쁠 때 찍으세요
소유적 실존 양식으로 기억하기 1976년 출간된 책, 『소유냐 존재냐』에서 저자인 에리히 프롬의 표현을 빌리자면 기록으로 기억을 보조하겠다는 전략은 소유적 실존 양식에 기반한 발상이다. 기억하고자 하는 것을 사물에 박아 넣고 그 사물을 소유함으로써 기억을 온전하게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진과 기록은 오히려 기억을 소외된 상태로 보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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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ood Doctor: 딜레마를 통과하는 선 (1)
「이달의 에디터」에서는 이번 2024년 4월호와 다음 2024년 5월호의 2회에 걸쳐 ABC 방송국 방영 드라마 <The Good Doctor>에 관한 연재를 진행합니다. 1. 착하다는 모호한 말 착하다. 이 말의 외연은 몹시 넓고 그렇기에 용례도 제각각입니다. 남에게 미움 받을까 무서워 매사에 굴종만 하는 사람도, 돈을 잘 빌려주거나 적선을 즐겨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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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투안 두아넬 연작: 방황으로서의 삶과 그 한가운데의 사랑 (1)
지난달 <아트나인>에서 열린 [프랑수아 트뤼포: 앙투안 두아넬 연대기][1]를 기념, 2회에 걸쳐 누벨바그의 거장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의 ‘앙투안 두아넬 연작’(<400번의 구타(1959)>, <앙투안과 콜레트(1962)>, <도둑맞은 키스(1968)>, <부부의 거처(1970)>, <사랑의 도피(1979)>)에 관한 연재를 진행합니다. 1. 자전적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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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크리스마스에는
한 해의 끝이 다가온다. 춥고, 후회와 아쉬움이 불쑥불쑥 고개를 든다. 하지만 길고 긴 동짓날 밤을 지내고 나면 다시 차차 밝은 날이 길어질 것임에 기운을 내고, 크리스마스에는 길거리에 울리는 캐롤 선율에 사랑을 다시 생각하며 추운 날을 버티어 낼 온기를 손에 채운다. 그렇게 한 해를 마무리하고, 다시 새해로 나아간다. 연말이다. 크리스마스를 이루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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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괴물>: 시선들이 추적할 수 없는 빛 속으로
따뜻한 봄날 지중해 연안의 바다 마을에서 상영된 작품을 매서운 겨울 바람이 부는 한 해의 끝에서 만나게 되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是枝裕和)의 열여섯 번째 장편 영화 <괴물(怪物)>은 영화를 말과 글로 옮길 때의 주저함을 여실히 느끼게 한 작품이었다. 서사 구성이 난해하거나 의미하는 바가 불명확하기 때문이 아니라, 규범과 기율을 살아내기는 하지만 그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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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투안 두아넬 연작: 방황으로서의 삶과 그 한가운데의 사랑 (2)
[1편을 읽으려면 ★여기★를 클릭] 3. 두 번째 시퀀스: 사랑 * 지속되는 이동과 사랑의 비밀 이제 이동의 시퀀스의 한 부분이면서 독립적인 위상을 지니기도 하는 사랑의 시퀀스를 살펴 볼 차례입니다. 연작에서 사랑은 끝없이 방황하는 두아넬을 잠시나마 한 지점에 머무르게끔 하는 계기로 나타납니다. 그러나 사랑 역시 대상 및 상황에 복종하거나 안주해 둘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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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인
이 연재를 이어 가면서 나는 이따금씩 ‘교양인’이라는 개념을 사용해 왔다. 그러나 이를 가독성 있게 설명하는 일에는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음을 고백한다. 나의 논지에서 교양인은 꽤 중요한 배역을 할당 받은 주역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래서 이번 호는 지금까지의 논의를 갈무리하고 앞으로의 전개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교양인이라는 주체 내지는 개념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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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호 추가 발행 관련 안내
<취향과 판단> 독자 여러분께, 안녕하세요, 에디터 구슬아입니다. 이지응 작가의 <후퇴의 예술>의 이번 달 연재분이 1월 27일에 추가 발행될 예정입니다. 정해진 날짜를 넘겨 추가 발행을 하게 됨에 따라 이용에 불편을 드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추가 발행 완료] 이지응 작가의 이번 달 연재분, 「보여 줘야 한다, 젊은이에게는 보여 줘야 해」의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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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을 욕망하는 자의 언어-정치
나는 종종 최악을 상상한다. 어쩌면 그렇게 자라 왔는지도 모른다. 어렸을 때 소방차의 요란한 경적을 들으면 곧장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의 대화재가 연상되었다. 매캐한 연기 속에서 죽어 가는 사람들 중에는 나도 포함되어 있었지만 어쩐지 상상 속에서 나는 죽지 않고 버텼다. 최악은 꼭 죽음일 필요는 없었다. 오지 않는 답신을 기다리는 상황을 조금만 부풀려도 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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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 줘야 한다, 젊은이에게는 보여 줘야 해
* 제목은 만화 <던전밥> 중 등장인물 센시의 대사를 패러디 나는 도시에 살고, 도시는 거주자들에게 끊임 없이 사용료를 요구한다. 마음만 같아서는 일전에 말했던 것처럼 당장에 성대하게 잔치를 벌이고 싶었지만, 어찌 됐건 당장에 도시를 떠날 수야 없는 마당이니 어쩔 도리 없이 잔치는 잠시 미루고 다시 도시와 밀접하게 일을 하게 되었다. 시쳇말로 ‘백수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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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2월호 <취향과 판단>은 ‘유튜브 채널 특집’입니다
총 사용 시간 998억 분으로 2023년 한국인이 가장 오래 이용한 플랫폼, 월 이용자 수 4천 1백만 명 이상으로 <카카오톡>과 나란히 ‘국민 앱’의 반열에 오른[1] 애플리케이션. 바로 <유튜브>입니다. 정보를 찾기 위해, 다양한 종류의 간접 경험을 위해, 잠들기 전 잠깐의 부담 없는 오락을 위해 우리는 <유튜브>를 켭니다. 끝없이 갱신되는 알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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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릴 일 없을 편안함+근거가 뚜렷한 유익함
<입질의추억TV>어류 칼럼니스트 김지민의 채널. 월별 제철 수산물과 이를 활용한 요리, 국내외 여행지의 수산 시장 탐방기와 그곳에서 맛볼 수 있는 향토 요리, 바다낚시 그리고 생선과 어패류에서 발견되는 기생충에 관한 정보 등을 다룬다. <입질의추억TV>어류 칼럼니스트 김지민의 채널. 월별 제철 수산물과 이를 활용한 요리, 국내외 여행지의 수산 시장 탐방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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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속 나의 '오카에리(おかえり)'
지금은 수많은 크리에이터의 채널로 채워진 나의 ‘구독’ 목록도 텅 빈 때가 있었다. 유튜브의 용처라고 해 봐야 저작권의 제약을 피해 여러 음악들을 몇 시간 분량으로 묶어 놓은 ‘플레이 리스트’ 콘텐츠를 배경 음악 삼아 듣는다거나 기성 방송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시청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특정한 정보를 찾아보는 데 포털을 마다하고 유튜브를 이용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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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조금씩 농부가 되어야 한다
어느 겨울날, 친구와 함께 가로수길 한복판에서 술을 마시고 자리를 옮기는 중에 마주친 현수막을 아직도 가끔 떠올린다. 그 현수막은 “우리는 모두 조금씩 농부가 되어야 한다.”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누가, 어떤 목적으로 내걸은 현수막인지는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 하지만 그 글귀만큼은 계속해서 머리 속을 맴돈다. 농부란 무엇이냐? 평창동에 잠시 들러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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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대홍수 속에서 잠시 잠깐의 위안을
이번 ‘유튜브 채널 특집’은 솔직히 내게 가장 어렵고 까다로운 글감 중 하나다. 단순하게 어떤 채널이 마음에 든다고 말하면 그만일지도 모르겠지만 하나의 채널을 꼽자니 마음 깊은 곳에서 여러 전제와 다투게 된다. 구독하는 채널 목록을 훑어보는데 발가벗겨진 기분이 들기도 하고 내게 유튜브란 무엇인가 되짚어 보게 되기도 했다. 결국 이 글은 특정 채널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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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가져다 팔면 대박이겠다.”
장사의 신은 없다 2024년 2월, 유튜브 채널 <비디오 머그>는 <귀에 빡!종원> 코너를 통해 ‘장사의 신은 없다..2024 ‘장사 지옥’ 대한민국 근황’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선보였다.[1] 이 채널은 온라인, 뉴미디어 환경을 겨냥한 SBS뉴스의 서브 브랜드다. 진행을 맡은 김종원 기자가 방송인이자 외식 사업가 백종원과 동명이라는 점에서 착안했음을 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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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 봤자 부처님 손바닥 안이다
연재를 시작한 지 10개월이 되었다. 그즈음에는 너무 많은 것들을 비장한 말들로 포장하고 싶은 기분이었던 것 같다. 지난 가을에도 약간의 거리를 두고 그때의 비장함을 돌아 본 감상을 한 차례 적어 남긴 적이 있다. “다만 지금의 기분으로는 더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아 잔치를 열고 싶을 따름이다. 먹고 마시고 떠들면서, 그 사이에 새로이 자라난 것들을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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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을 삼키는 법: 복어를 먹듯 전부를 수용하기
인간-동물의 섭식과 인간의 섭식 모든 동물은 무언가를 먹음으로써 살아있는 상태를 유지하고 더 나아가 활동에 필요한 양분을 얻습니다. 먹지 않고 생존하는 동물은 없으며 기본 욕구인 식욕에서 비롯하는 굶주림의 감각은 동물이 진 섭식의 의무를 지속적으로 일깨웁니다. 바꿔 말하자면 섭식은 자기 보존의 목표를 위해 불가피하게 외부의 대상을 자신의 생물, 생리적 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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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호 추가 발행 및 연재 관련 변동 사항 안내
<취향과 판단> 독자 여러분께 안녕하세요. 에디터 구슬아입니다. ①윤희상 작가의 <텍스트를 째려보다>의 이번 달 연재분은 3월 28일에 추가 발행될 예정입니다. 정해진 날짜를 넘겨 추가 발행을 하게 됨에 따라 이용에 불편을 드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②이지응 작가의 연재 제목이 <후퇴의 예술>에서 <매일이 잔치로구나>로 변경되었습니다. 앞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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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 파(破)해야 하는 것은 복수(複數)의 적수들이거늘
덕질로 환수될 수 없는 비평의 책임 간혹 비평과 연구를 성립하게 하는 구조적·제도적 조건이 상이하다는 이유로 두 종류의 글쓰기가 공유하는 근본적인 토대 영역을 무시하는 경우를 볼 때가 있다. 비평이든 연구든 작품에 밀착하여 작품을 깊이 ‘읽는’ 작업으로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한 ‘읽기’의 작업은 필연적으로 작품과 연계되어있는 역사문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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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는 팔지 않습니다. 다만.
조금 이상한 가게 인천 오이도에서 출발해 경기 남부를 지나 서울 강북의 끝자락 당고개까지, 수도권을 남과 북으로 길게 가로지르는 지하철 4호선 성신여대입구역 인근에 나의 작은 가게 <다두>가 있었다. 복개된 청계천 지류의 산책로를 끼고 넓은 인도가 만나는 한 주상 복합 건물 도로변 상가에 세 들어 한동안 커피와 음료를 팔고 원두를 볶았다. 혼자 운영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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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바뀔 때가 되었다: <눈물의 여왕>을 향한 일갈
나에게도 혜안이 있었더라면 일전에 어느 노교수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퇴임하고서도 읽기를 소홀히 하지 않고 신간의 동향도 빠짐없이 파악한다는 그였다. 하지만 오래도록 학자로서 살면서 시력이 나빠진 그는 읽기에 대한 간명한 신조를 지니고 있었다. 남은 생은 ‘좋은’ 작품만 읽으리라는 것이다. 양질의 작품만을 눈에 담기도 힘든데 별 볼 일 없는 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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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호 추가 발행 관련 안내
<취향과 판단> 독자 여러분께, 안녕하세요, 에디터 구슬아입니다. 이지응 작가의 <매일이 잔치로구나>의 이번 달 연재분이 4월 27일에 추가 발행될 예정입니다. 정해진 날짜를 넘겨 추가 발행을 하게 됨에 따라 이용에 불편을 드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추가 발행 완료] 이지응 작가의 「두 손을 쫙 피고 햇볕 아래에서」의 추가 업로드가 완료되었음을 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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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손을 쫙 피고 햇볕 아래에서
얼마 전에 지인에게 재미있는 과학 실험 키트를 하나 선물 받았다. 이름은 ‘썬프린트 키트(Sunprint Kit)’인데, 햇빛에 닿으면 파랗게 변하는 성질의 물질이 발라진 종이들이다. 이 종이 위에 물체를 올려 놓고 태양빛에 노출시키면 물체에 가려진 부분은 하얗게 남고, 햇빛이 닿은 부분은 새파랗게 변색되어 물체의 윤곽을 종이에 그대로 남길 수 있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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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판석의 작품 세계: <아내의 자격>부터 <졸업>까지 (1)
“은근히 참 ‘K’한 걸 좋아한다니까.” 일군의 한국 드라마에 대해 진지한 비평을 늘어놓을 때면 듣곤 하는 말이다. 그 ‘K한 것’이란 엄밀하게 정의하기 어려운 정동적 개념이지만 한국인이라면 직관적으로 납득하는 공통의 감각은 분명 존재한다. ‘미드’나 ‘영드’는 보지만 한국 드라마는 왠지 챙겨보게 되지 않는다는 혹자들의 고백에는 주로 전통적 가부장제에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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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그대에게 레몬을 줄지라도
When Life gives you a lemon. 학창 시절 영어 시간에 배운 숙어 중 가장 강렬하게 기억에 남은 말이다. 때때로 삶은 가혹하고, 지난 삶을 통해 맺은 결실이 시어 빠진 레몬일 때도 있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렇기만 할 때가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미국 사람들은 이렇게 삶이 레몬을 안겨 줬을 때 “레모네이드를 만들라.”고 한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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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ood Doctor: 딜레마를 통과하는 선 (2)
지난 호(2024년 4월호)와 이번 호(2024년 5월호)의 2회에 걸쳐 ABC 방송국 방영 드라마 <The Good Doctor>에 관한 연재를 진행합니다. [★1편 읽고 오기는 여기를 클릭★] 4. 혼자서만 착한 사람은 자주 선을 해하고 앞서 좋은 의사의 자질에 관해 이야기하며 인간의 보편적 감정인 동정심과 연민에 기반을 둔 이타성 그리고 다층적인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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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그 자체로서의 예술, 사물 그 자체로서의 사물
상품이 된 예술 소비의 시대다. 수많은 상품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현대인의 삶이니 이는 곧 우리의 일상이 온갖 브랜드에 둘러싸여 있다는 단서이기도 하다. 티셔츠, 신발, 전자 기기 등 각종 상품은 어김없이 브랜드의 로고로 장식되어 있거나 색상, 조형적 기조를 통해 브랜드의 정체성을 암시적으로 드러낸다. 심지어 음식도 예외가 아니다. 현대의 음식은 그 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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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거나 관람하거나
나만의 작은 가게 먹거리를 구하는 일 중에 수월한 것이 어디 있을까? 요즘은 자영업 대란이다 뭐다 하며 연민과 동정의 대상이 되었지만 외식 자영업 역시 세상의 무수히 많은 직업들처럼 딱 그만큼 힘들고 또 그만큼 보람된 일이다. 딱히 대단할 것 없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나만의 가게를 꿈꾼다. 단골로서 그리고 사업주로서 말이다. ‘나만의 작은 가게’라는 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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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번 잔치는 언제 끝이 나나요
2022년 겨울, 뉴진스가 ‘Ditto’를 발매했다. Ditto 뮤직비디오 속 주인공은 시종일관 캠코더를 들고 영상을 찍고 있고, 중간중간 그 캠코더로 따낸 영상 클립들이 뮤직비디오의 하이라이트가 되었다. 그리고 세상은 ‘대 구형 카메라(大 舊形 Camera)’ 시대를 맞는다. 실제로 뮤비에 나왔던 모델뿐만 아니라 그 기종보다 조금 뒤에 발매된 디지털 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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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영상을 리뷰하는 글
리뷰인데요, 리뷰입니다 “이 리뷰는 주관적 감상과 해석을 일부 포함할 수도 있습니다. 시청자 여러분의 주의와 양해를 바랍니다.” 유튜브 영화 리뷰 채널 가운데 상당수가 영상의 도입부에 이러한 안내를 덧붙입니다. 경고를 하는 듯도, 양해를 구하는 듯도 한 말입니다. 리뷰(review), 즉 논평 혹은 비평은 이를 수행하는 주체인 개인이 자신의 관점에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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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호 추가 발행 관련 안내
<취향과 판단> 독자 여러분께, 안녕하세요, 에디터 구슬아입니다. 윤희상 작가의 <텍스트를 째려보다>의 이번 달 연재분이 내일(6월 26일) 14시에 추가 발행될 예정입니다. 정해진 날짜를 넘겨 추가 발행을 하게 됨에 따라 이용에 불편을 드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추가 발행 완료] 윤희상 작가의 「안판석의 작품 세계: <아내의 자격>부터 <졸업>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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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판석의 작품 세계: <아내의 자격>부터 <졸업>까지 (2)
‘대치동 서사’의 결정판, 혹은 예외적 영역 작가든 감독이든 어느 정도 작품을 쌓다 보면 자신의 작품군을 한 번 갈무리할 때가 온다. 첫 작품이 창작자의 동요하는 밑바탕과 그 속에 깃든 야심을 보여 주는 경우가 많다면, 이 시기의 작품은 그간 제시해 온 여러 갈래와 층위의 화소(話素)들을 망라하며, 그로써 근본적인 문제의식의 윤곽을 뚜렷이 한다.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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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라는 치열함, 프랜차이즈라는 슬픔
약속 했다 vs 그런 적 없다 ‘연돈볼카츠’라는 이름이 연일 포털 메인을 장식하고 있다. 방송인이자 외식 사업가로 대중들에게 친숙한 백종원이 대표인 <더본코리아>가 최근 출시한 연돈볼카츠 브랜드의 일부 가맹점주들이 단체 행동에 나선 탓이다. 이들은 “본사가 허위·과장 매출액과 수익률을 약속하며 가맹점을 모집해 피해를 봤음에도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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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늙어 쪼그라져도 잔치는 잔치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다. 다행히도 다시 반백수가 된 것은 아니고 이직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원래대로라면 이 대목에서 “다행”이라는 말을 쓸 성미는 아니지만 요즈음에는 그런 말이 절로 나온다. 한여름인데도 뉴스만 봤다 하면 쌀쌀맞은 소식만 한가득이니 어쩔 수 없다. · · · 콜래트럴 데미지 [1] 그렇다고 해서 기분 내는 걸 좋아하는 성질이 어디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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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에 관한 노트: 아키 카우리스마키를 경유하여
되새겨 볼 말들 “극장이라는 상상의 공간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고민할 때 극장은 단순한 물리적 조건을 넘어 새로운 공동체의 가능성을 꿈꾸게 하는 특별한 장소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1] “영화관의 이 어둠 속에는 (익명의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는, 수많은 어둠, 그에 비할 때 개인 시사회의 지루함과 실망감이란!) 영화의 매혹 자체(그것이 어떤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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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윤리를 넘어 탈윤리로 (1)
안녕? 마르코. 마르코가 돌아왔다. 누구보다 한국을 사랑하고, 사실상 밀라노에 떡볶이를 전파한 장본인이며, 그 자신도 대한민국 서울에 커피숍을 열었던 그 마르코. 기세등등했던 첫 창업은 친구 파블로의 경우와 다르게 아쉬운 결말을 맺었지만 한 번 실패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라는 한국의 격언처럼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부러 방정맞게 가슴께를 쓸어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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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와 얼룩진 티셔츠 그리고 행주
지난 목요일은 처서였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절기가 들어맞아서 아침과 밤으로는 더위를 식히는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이제야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게 되었다. 처서 전까지의 한 달은 어떻게 지나갔는지 잘 떠오르지도 않는다. 그저 더위에 지쳐 하루하루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기만 했던 것 같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한 달 내내 말 그대로 단 한 순간도 에어컨을 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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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내가 당신의 곁에, 함께, 가까이
클레오데가리아 구티에레스에게, 클레오, 온종일 당신을 엿본 무례함을 용서 받기 위해 짧은 편지를 써요. 당신은 집 안 구석구석을 쓸고 닦고 개똥을 치우고 ‘선생님’의 페퍼민트 차를 타고 아이들의 뒤치다꺼리를 하지만 늦은 밤 일을 마치고 아델라와 함께 쓰는 좁은 침대방에 들어서면 사모님의 눈총을 피하려 전등부터 끄는 사람. 그걸 감시가 아닌 “우리를 돌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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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도 않고 자꾸 오는 사물의 생명력 [1편, 2편 통합본]
이상하다? 왜 안 죽지? 요괴나 원혼, 악령처럼 초현실적인 존재가 아닌, 분명한 실체를 지닌 사물에 지나지 않는데 죽여도 죽여도 살아나고 다시 눈앞에 나타나 사람의 마음을 홀리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살 빼는 약, 소위 ‘다이어트 보조제’입니다. 2017년 기준 판매 규모 1,103억 원, 품목 수 2,849개를 달성한 다이어트 보조제 시장[1]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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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호 공지: '이달의 에디터' 통합본 업로드 및 게시판 신설
안녕하세요. 에디터 구슬아입니다.1. ‘이달의 에디터’ 「죽지도 않고 자꾸 오는 사물의 생명력」 1편+2편 통합본 업로드 지난달의 「죽지도 않고 자꾸 오는 사물의 생명력 (1)」 에 이어 이번 달에는 「죽지도 않고 자꾸 오는 사물의 생명력(2)」를 올릴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불가피하게 글의 구성을 수정하게 되어 1편과 2편의 통합본을 업로드합니다. 이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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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도 않고 자꾸 오는 사물의 생명력 [1편, 2편 통합본]
이상하다? 왜 안 죽지? 요괴나 원혼, 악령처럼 초현실적인 존재가 아닌, 분명한 실체를 지닌 사물에 지나지 않는데 죽여도 죽여도 살아나고 다시 눈앞에 나타나 사람의 마음을 홀리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살 빼는 약, 소위 ‘다이어트 보조제’입니다. 2017년 기준 판매 규모 1,103억 원, 품목 수 2,849개를 달성한 다이어트 보조제 시장[1]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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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ood Doctor: 딜레마를 통과하는 선 [통합본]
1. 착하다는 모호한 말 착하다. 이 말의 외연은 몹시 넓고 그렇기에 용례도 제각각입니다. 남에게 미움 받을까 무서워 매사에 굴종만 하는 사람도, 돈을 잘 빌려주거나 적선을 즐겨하는 사람도 착하다는 평을 듣습니다. 어쩌면 전자는 그저 갈등 상황에서 자아가 겪을 고통을 회피하기 위해 애쓸 따름이고 후자는 시혜를 베푸는 자신의 모습으로부터 만족감을 얻는 것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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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잘하는 비법 알려 드립니다? [통합본]
1. 연애를 돈 내고 배운다고? 잠들기 전 유튜브 쇼츠 목록을 내리다가 생각했습니다. 연애 가르쳐 준다는 영상이 뭐 이렇게 자주 나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연애를 무슨 수로 가르치고 배우지? ‘연애 하는 방법’과 ‘연애 코치’, ‘연애 컨설팅’으로 검색을 해 보았습니다. 관련 채널이 엄청 많더라고요. 하나같이 “하루 3분”만 투자하면 된다, “모든 해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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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의 나’의 ‘내면을 보’고 ‘아무 조건 없이 사랑해 줄’ 사람 (1)
‘있는 그대로의 나’의 ‘내면을 보’고 ‘아무 조건 없이 사랑 해 줄’ 사람 (1) ★ 1. 사랑이 다 죽은 시대라는 진단 2. 편리한 이분법 ①: 가면(假面)과 나신(裸身) 3. 편리한 이분법 ②: 껍데기와 알맹이‘있는 그대로의 나’의 ‘내면을 보’고 ‘아무 조건 없이 사랑 해 줄’ 사람 (2) 4. 아무 조건 없이 사랑해 달라는 가장 까다로운 조건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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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윤리를 넘어 탈윤리로 (2)
비윤리를 넘어 탈윤리로 (1) 보고 오기는 여기를 클릭· · ·“아유 대표님은 아무것도 하실 필요 없습니다. 다 저희가 진행해 드리는 부분이고요. 대표님은 이제 부자 되실 준비만 하시면 됩니다.”사실 앞서도 ‘마케터’를 자처하는 이들과 짧게나마 대화를 나눠 본 바 이들은 유난히 ‘진행’이나 ‘부분’이라는 말을 즐겨 썼다. 일상생활에서는 거의 쓸 일 없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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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호 추가 발행 안내
<취향과 판단> 독자 여러분께,안녕하세요, 에디터 구슬아입니다. 이지응 작가의 <매일이 잔치로구나>의 이번 달 연재분이 9월 28일에 추가 발행될 예정입니다. 정해진 날짜를 넘겨 추가 발행을 하게 됨에 따라 이용에 불편을 드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 · ·[추가 발행 완료]이지응 작가의 「잔치에 풍악은 케이팝이 좋겠어요」의 추가 업로드가 완료되었음을 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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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만이 남았다
이제 개별 영화 작품에 대해 하나의 장르(genre)만을 대응시키려는 시도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물론 전통적 수사학에서도 장르의 목록은 닫혀 있지 않으며, 여러 지표가 혼합되거나 겹쳐지며 하위 장르를 구성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으나, 이제는 장르의 목록이 무의미해질 정도로 과감한 시도들을 스크린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어떤 의미로 ‘장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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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치에 풍악은 케이팝이 좋겠어요
세상 어느 잔치판에도 음악이 빠지는 경우는 없고 내 잔치도 예외는 아니라서 나는 하루 종일 음악을 달고 산다. 어떤 음악을 듣는가 하면, 장르를 가리지 않기는 해도 근 몇 년 동안은 k-pop을 제일 많이 듣는다. 복고적이고 자생적이면서 사람이 손수 만드는 것 찾는 이야기만 해 왔기에 김반장과 생기복덕 같은 밴드나 잘 쳐줘야 이날치 아니면 장기하 같은 음악